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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공인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 이복실
  • 승인 2021.03.2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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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강경화 장관 남편의 요트구입을 위한 미국여행이 도마에 올랐다. 언론에 크게 보도되더니 지인들의 모임에서까지 화제다. 반응은 대개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한 쪽은 “장관 개인의 일도 아닌데, 가족의 일을 가지고 왜 그래.”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또 다른 쪽에서는 “장관의 남편도 공인의 범주에 들어가고, 장관이 정책을 수행하면서 말한 내용을 가족도 안 지킨다”면서 발언의 이중성에 대하여 문제 제기를 한다.


글·사진 이복실(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전 여성가족부 차관)


누구 말이 맞는지 판가름을 내자는 것이 아니라, 이번 일을 계기로 장관이라는 공직 타이틀을 가진 가족의 행동에 관하여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

10 여 년 전 일이다. 나의 지인의 남편 중 장관에 임명된 분이 있었다. 그런데 아들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였고, 군대를 가지 않았다. 장관의 아들이 병역의 의무를 고의로 회피했다고 언론이나 야당에서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 부모는 아들에게 한국에 귀국하여 군대를 가라고 권했다.

아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아들의 반응은 나이 지긋한 연령층에서 생각하는 반응과 달랐다. ‘아버지 출세를 위하여 내가 왜 군대를 가야 하나’라고 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아버지, 나는 나라고 생각하면 그런 반응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공인의 가족들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많다. 일단 시작은 청문회 요구 자료부터 시작이 된다. 가족들의 재산형성이나 병역의무 등 국민들의 관심사항이 높다. 이러다보니 가족들이 만류하여 고위 공직을 포기한 분들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사회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보다도 더 개인주의가 발달한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아들의 마약 동영상이 나와서 미국 언론도 발칵 뒤집어졌다.

공인의 가족이 사회적으로 주는 영향을 고려해볼 때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 도덕적인 책임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공인의 가족은 공인일까? 아닐까? 이분법적으로 한마디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이지만, 공인의 가족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행동이 제한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사회적인 현상이다. 때로는 대중의 관심이 과도하여 그 지위를 내려놓는 경우도 있다.

아마도 가장 대표적인 예가 영국의 해리왕자일 것이다. 임명직이나 선출직은 그 임기 동안만 공인이지만 왕실은 평생 종신 공인이다.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이 되고 대중에게 영향을 미친다. 세부 사정이야 잘 모르겠지만 표면적으로는 자유인으로서의 생활을 위하여 왕족의 지위를 포기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왕족의 호칭과 재정지원 등 왕족으로서의 특혜를 포기할 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던 자유인으로서의 삶이었으니 앞으로의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나갈지 궁금해진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에서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식적으로 언론에 나오게 된 시작은 DJ 대통령 때였다. 장, 차관 등 정무직 임명장 수여식에서 배우자를 동반토록 하였다. 지금은 관행처럼 되어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하도 오래 전 일이라 취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고위 공직자 부패에 배우자가 관련된 사건들 때문에 배우자의 책임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취지였던 것 같다.

옛날에도 공인의 가족으로 산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유배지의 편지>에 나오는 내용이다. 아버지가 유배 중인데 다산 정약용의 자녀들이 웃으면서 생활한다고 친척들이 나무랬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다산은 자녀들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

‘마음대로 웃고 행동하는 것을 어찌 나무랄 수 있으랴? 너희들도 평범한 사람이니 때로 마음대로 웃고 행동하는 것도 역시 자연스러운 일상이어야 한다. 그런 일 때문에 너희들을 생각할 때마다 슬프고 쓰라린 마음 견딜 수가 없구나.’

그 옛날에도 아버지가 유배지에 있는데 자녀들이 웃고 다닌다고 나무랄 정도이니 자녀들이 처신하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나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오랫동안 공직에 근무했던 나 때문에 남편도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무엇이 힘들었느냐”라고 물었더니 본인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한다. 학문의 길에 있던 사람으로서는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을 것이다.

사회는 더 투명해지고 있고 공인과 그 가족들에게 요구하는 기준은 더 엄격해지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아직 현실은 이를 못 따라가고 있다. 공인의 가족들에 대한 사건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고위 공직자의 가족들이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인 의무를 실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꼭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복실 전 여가부 차관.

 

이복실은…
전 여성가족부 차관,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교육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여성으로서 네 번째 행정고시 합격자이다.
30년간 중앙부처에 재직했으며, 2013년 여성가족부가 설립된 이래 최초 여성 차관으로 임명됐다.
저서로는 <여자의 자리 엄마의 자리>, <나는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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