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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가족의 범위를 넓히다
반려동물, 가족의 범위를 넓히다
  • 이복실
  • 승인 2021.05.22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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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키움이 지금 뭐해?” 최근에 딸이 전화할 때마다 묻는 말은 키움이의 근황이다.

키움이의 근 황이 궁금한 것은 딸뿐만이 아니다. 나도 처음에는 외출할 때마다 키 움이가 집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이 앞섰다. 키움이는 만 두 살 반. 몸무게는 35Kg에 육박하는 거구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큰 덩치와 아파 트에서 함께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지금은 이 작은 공간에서의 공존이 자연스럽다.

키움이를 입양한 지 벌써 8개월이 되어간다. 키움 이는 사람이 아니라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이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되기 위하여 태어났지만 최종 시험에 탈락하여 지금은 우리 가족의 반 려견이 되었다. 천오백만 반려동물의 시대에 ‘우리는 왜 동물을 키우는가?’ 이런 질문 은 무의미하다.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반려동물은 이미 가족의 한 축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 온 첫날부터 키움이는 나를 엄청 따르고 좋아한다. 언제 나를 보았다고 나를 이리도 좋아하는 것일까? 무지 막지한 사랑을 받다보니 나의 마음도 사랑과 평화로 가득해진다. 삶의 밀도가 높아지고 가슴이 두터워지는 느낌이다. 또 매일 키움이와 산책 을 하니 햇빛과 건강은 덤으로 생긴다.

키움이를 키우면서 내가 다시 한 번 몸으로 깨닫는 것은 우리나라는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걸 어려워한다는 점이다.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동물은 좋아하나 대형견을 무서워하는 사람들, 호불 호가 각양각색일 수 있으나 이를 각자의 삶의 취향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최근에도 지나가던 분에게 갑자기 야단을 맞았다.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왜 큰 개를 데리고 길 가운데로 걸으세요? 길 가장자리로 걸으세요.”라며 소리친다. 일요일 아침 7시, 천호대로 인도에는 그녀와 나밖에 없었다.

내 이야기를 듣고는 딸들은 야단이다. “엄마, 절대 혼자 다니지 마. 아빠랑 같이 다녀.” “무조건 죄송하다고 해.” 잔소리가 무척 많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대형견을 키우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키움이와 산책을 다니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고 말을 건다. 귀엽다고 만지고 싶어 하는 사람부터 무섭다며 왜 입마 개를 안했냐고 야단치는 사람까지 반응들이 다양하다.

반려동물, 또 하나의 가족

농림수산부에 30년 근무했던 나의 공무원 동기인 K는 동물에 대한 관 점을 이제는 바꿀 때라고 강조한다. 지금은 농림부에서 동물업무를 하고 있는데 관점이 가축관점이라는 것이다. 반려동물이 더 이상 가축이 아니라 가족의 일원으로 키우고 있는 가정이 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향후 여성가족부에서 가족의 관점에서 반려동물 업무를 해도 좋겠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네’라고 웃고 말았는데 어느 날 이런 뉴스가 떴다. 법무부가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동물을 일반 물건과 구분해 제3의 지위를 부여하고, 반 려동물 압류를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취지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점점 늘고 있지만, 현행 민법에 따르면 동물은 여전히 ‘물건’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타인에 의해 반려동물이 사망할 시, 피 의자에게는 형법상 재물 손괴죄가 적용된다. 그러다보니 동물학대 사건은 매년 늘고 있지만, 법적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2010년 69건에서 2019년 914건으로 9년 동안 13배 넘게 늘었지만 같은 기간 동물학대 사건 기소 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려동물이 또 하나의 가족으로 있는 현실의 변화에 법이 따라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인데 향후 어떤 방향으로 개정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사는 사회

반려동물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과 문화도 중요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족들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한다. 사소하게는 대변을 치우지 않는 문제부터 방치나 학대, 심지어는 유기까지 이루 셀 수가 없다.

주위에 유기동물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년 연말의 일이다. 영하 15도까지 떨어진 엄동설한에 포메라니안 믹스견이 우리 가족이 산책하는데 총총 걸음으로 우리 집까지 따라왔다. 갈비뼈가 앙상하고 털은 부수수하게 엉겨 있고 눈은 눈곱이 껴서 꼬질꼬질했다. 딱 보아도 유기된 지 한참 된 유기견이었다. ‘이 추운 날 누가 너를 버렸니?’ 답은 들을 수 없지만 딱한 마음에 나는 그냥 물었다.

동물이라고 생명을 경시하는 분들 생각하면 화가 난다. 꼭 곰돌이같이 생겨서 큰 딸이 누누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불어로 누누는 곰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지금 누누는 사촌동생이 입양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다. 동물을 입양했으면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로 입양을 결심해야 한다. 누누처럼 엄동설한에 버려지는 동물이 더 이상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많은 가정에서 반려동물들이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인간과 동물이 더 함께 조화롭게 살 수 있는지 대책이 필요 하다. 더 나은 삶과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그렇다. 그 방법을 연구 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동물의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과 관련 정책의 보완이 절실하다. 반려동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성숙을 기대해 본다.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동물권이 보 장되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  

글 이복실(전 여성가족부 차관)

 

 

 

이복실은…
전 여성가족부 차관,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교육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여성으로서 네 번째 행정고시 합격자이다.
30년간 중앙부처에 재직했으며, 2013년 여성가족부가 설립된 이래 최초 여성 차관으로 임명됐다.
저서로는 <여자의 자리 엄마의 자리>, <나는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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