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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다은 「영감의 글쓰기」에 대하여...“사유하는 방법을 훈련합니다”
소설가 김다은 「영감의 글쓰기」에 대하여...“사유하는 방법을 훈련합니다”
  • 박소이 기자
  • 승인 2021.05.27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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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듣는다
김다은 작가가 직접 그린 자화상.
김다은 작가가 직접 그린 자화상.

 

 

「이상한 연애편지」로 우리나라 서간체 소설의 장을 활짝 열고 「훈민정음의 비밀」 「금지된 정원」 「손의 왕관」 등 통큰 역사소설을 써온 소설가 김다은 씨가 20년 동안 대학교에서 글쓰기 창작을 가르치면서 얻은 노하우를 「영감의 글쓰기」(무블출판사)에 담아 세상에 내놓았다.
 

Q 퀸 : 새 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년간 문예창작과에서 글쓰기 창작을 가르치면서도 앞서 글쓰기 이론서적을 한 권도 내지 않은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글쓰기 이론서를 의도적으로 내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김다은 : 요즘은 모두가 작가라고 할 만큼 다들 글쓰기에 관심이 많고, 또한 글쓰기에 관한 책들도 많습니다. 영감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이론서를 쓴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작품의 숨결이나 다름없는 영감을 다루지 않은 이론서는 세상에 나와 있는 책으로 충분했습니다. 영감은 이론화 할수록 본체가 사라지는 영물 같았고, 그래서 ‘그때 그곳에서’ 솟구치는 영감을 학생들과 함께 나누는 방식을 택해왔습니다.
 

Q 퀸 : 드디어 글쓰기 이론서를 내셨다는 것은 영감의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영감의 글쓰기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김다은 : 흔히 한 줄기 바람처럼 혹은 번개처럼 영감이 지나가면 걸작을 쓸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영감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지요. 20년간의 글쓰기 창작 교수로 그리고 소설가로 얻은 깨달음은, 자극은 외부에서 올지라도 그 자극을 영감으로 바꾸는 과정은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감의 글쓰기」는 영감의 기계가 내 안에 작동하도록 훈련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영감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온다는 뜻이지요. 10%의 영감과 90%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영감의 기계가 몸 안에 장착되면 영감과 노력은 구분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글을 쓸 때마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감각을 작동시키게 됩니다. 로또를 기다리기보다 매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아름답듯이, 영감도 매일 일해야 합니다.
 

Q 퀸 : 책의 구성이 여느 책과 달라 보입니다. 책을 어떻게 읽는 것이 효과적인지 알려 주세요.

김다은 : 「영감의 글쓰기」는 쭉 읽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독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읽히는 책입니다. 책의 이정표가 들어 있는데, 빨간 ‘사유’ 표지판 앞에서는 멈춰서 독자 스스로 사유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때로 페이지를 뛰어넘으며 읽거나 되돌아가서 연결해서 읽기도 합니다. 질문에 대답하도록 책-공책의 특이한 구성을 가진 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영감에 대한 일방통행적인 지식이나 이론서를 원한다면 이 책을 사지 않도록 권해 드립니다. 이 책은 책에 대한 많은 상식을 무너뜨린 책입니다.
 

Q 퀸 : 영감의 훈련 내용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무엇인가요?

김다은 : 창의적인 글을 쓰려면 무엇보다 자기 확인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이 단계를 생략하고 글을 쓰기 때문에 글을 쓸 때마다 흔들리고 괴롭게 버터야 합니다. 자기 확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 사유하는 힘이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세상의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만의 새로운 시야를 확보해야 합니다.

「영감의 글쓰기」는 사유하는 방법을 훈련합니다. 그리고 언어를 영감의 원천으로 삼는 방법을 알게 해줄 것입니다. 맛있는 요리를 위해서는 신선한 재료들을 잘 준비해야 하듯이, 글쓰기 창작을 위해서도 언어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성급하게 정의(定意)하지 않고, 정의(正意)라고 말하는 것들도 의심할 수 있도록 뇌를 훈련합니다. 영감훈련의 목적은 무엇보다 사유에 대한 단련의 고통과 기쁨을 동시에 누리면서 글쓰기의 프로로서 첫발을 내딛게 하는 것입니다.
 

Q 퀸 : 자기 확신을 갖도록 하는 훈련 방법 중에 어렵지 않은 것들을 귀띔해주세요.

김다은 : 대부분 쉬워서 도리어 놀라실 것 같습니다. 가벼운 난센스 퀴즈로 시작해서(가령, 과자가 자기를 소개할 때 무엇이라고 할까요? 등), 자기에게 설렘을 주었던 사물이나 사람 그리고 개념들의 정체나 가치를 다르게 보는 방법을 훈련합니다. 단어 세 개로 자화상 그리기, 내가 나의 몇 %인가를 알아가는 등의 글쓰기 훈련인데, 흥미로운 그림이나 사진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입니다. 이어서 언어의 영감을 위해 끝말잇기, 단어 스펙트럼 찾기, 뜻을 모르는 미끼 단어로 상상력 키우기, 나의 상상력 사전 만들기 등 다양한 언어의 축제가 벌어집니다.
 

Q 퀸 :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 글자 자화상을 그린다고 하셨는데, 좀 더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김다은 :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알기 위해 글자로 그리는 그림입니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세 단어를 선택하여 그리는데, 아라비아 숫자, 사자성어, 책 제목, 전시회 명칭 등 굳어진 표현은 한 단어로 갈음할 수 있습니다. 제가 올해 선택한 단어들은 ‘2021’ ‘아름다운’ ‘말씀’이었습니다. 이 단어들로 제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2021년’에는 하나님의 ‘아름다운’ ‘말씀’을 통해 사랑을 더 많이 알아가고, 이로써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말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그린 것입니다. 글자 자화상은 그 시기에 자신이 무엇에 열중하는지 알게 해주고, 자신의 외면뿐만 아니라 내적인 모습까지 들여다보게 해 줍니다. 혹시 ‘Queen’에서 독자 여러분의 글자 자화상을 공모한다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Q 퀸 : 영감을 훈련하면 어떤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도 알려 주세요.

김다은 : 영감훈련은 사유의 훈련이기 때문에 자기 내부에서 길어올린 글을 쓰도록 해줍니다. 자신이 글을 분출할 수 있는 수원(水源)이 되는 것입니다. 영감훈련이 없으면 글의 원천을 외부에 두게 되니 재미있는 표현이나 흥미로운 사건을 찾아 헤매게 되고, 자신이 창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빠르게 지치게 됩니다.

글 쓰는 기쁨을 쉽게 잃게 됩니다. 반면에 영감훈련이 끝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글쓰기의 목표가 뚜렷해질 것입니다. 목표지점이 정확하기에 설령 길을 잃더라도 헤매는 과정조차 즐기며 글 쓰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저자 김다은

이화여자대학교 불어교육과와 불어불문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제8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첫 소설 「당신을 닮은 나라」가 1995년 ‘제3회 국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 등단했다. 장편소설 「손의 왕관」,「소통 말통」, 「바르샤바의 열 한 번째 의자」, 「금지된 정원」, 「모반의 연애편지」, 「훈민정음의 비밀」, 「이상한 연애편지」, 「러브버그」, 창작집 「쥐식인 블루스」, 「위험한 상상」, 문화 칼럼집 「발칙한 신조어와 문화현상」, 「너는 무엇을 하면 가장 행복하니?」, 서간집 「작가들의 연애편지」, 「작가들의 우정편지」, 「작가들의 여행편지」, 「해에게서 사람에게」등을 출간했다. 프랑스어 장편소설 「Le Jardin interdit」, 단편소설 「Imagination dangereuse」, 「Le rat de biblioth que」 등이 있다.
 






취재 Queen | 사진 Queen DB | 일러스트 김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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